2002 여름여행  / 제주도,다산초당,대한다원... (5/7)

장면4. 여행 셋째날 / 절물오름, 함덕해수욕장, 섭지코지

역시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가 이렇게 잘 맞다니... 비가 내리지만 절물오름에 오르기로 했다.제주 사람들은 가끔 "오름을 오르지 않고 제주를 말하지 말라"고 한다. 오름은 작은 분화구인 셈이다.

절물 휴양림 뒤쪽에 위치한 절물 오름은 표고  696.9m,  오름의 순수한 높이인 비고  147m이며,  둘레는 2,459m 였다. 그리 높지 않아 아이들도 힘들지 않을 듯 했다. 숙소를 나설 때 꽤 굵었던 빗줄기가 오름을 오르면서 빗줄기가 약해졌다.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오름을 오르며 현석이와 다솜이가 꽤 힘들어 했다. 재미있는 등행을 위해 우리는 신기한 동물 찾기 게임을 했다. 달팽이, 거미 등 나무에 붙어있는 동물을 찾을때마다 점수를 얻어 가는 놀이였다. 이 놀이는 여행에서 아이들의 관찰력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어 우리가족이 가끔 하는 놀이다. 놀이 때문일까? 어렵지 않게 오름 정상에 다녀올 수 있었다.

오름에 다녀온 뒤 숙소 정리를 하고 함덕으로 향했다. 함덕에서 아구찜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해수욕장에 갔는데, 비가 거세져 바다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해수욕은 포기하고 섭지코지로 향했다. 성산포를 지날 무렵에는 성산포의 갯벌에서 조개잡이에 열중한 사람들을 볼수 있었다.  우리도 잠시 갯벌에 들어갔지만 적당한 도구가 없어 되돌아 나왔다.

섭지코지는 제주 여행의 묘미를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주차료를 내기는 하지만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도 맘에 드는 일이다. 섭지코지에 도착하니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바람도 심했다. 비가 조금 긋기를 기다리며 한동안 차를 세워두고 파도가 밀려오는 거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빗줄기는 여전했다. 비를 맞으며 섭지코지에 오르기로 했다.

섭지코지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은 그 첫 번째가 섭지코지 전체의 아름다운 경치다. 영화 연풍연가와 단적비연수,  드라마 신데렐라, 여명의 눈동자 등이 촬영된 곳이며, 성산일출봉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달력이나 엽서에서 볼 수 있는 노란 유채꽃 뒤쪽의 성산일출봉 풍경은 대부분 섭지코지에서 찍은것이라 보면 된다.

또 다른 즐거움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이나 소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비바람에 몸을 움크리며 어렵게 걸어갈때에도 몇마리 말과 소들은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뽀족한 절벽위에 서 있는 등대에 오르는 기쁨도 즐거움의 한가지다. 전망이 좋은 등대에서 바라보는 제주 바다의 멋은 글로 쓰기 어렵다. 우리는 비바람이 거세 기념사진 한 장만을 찍고 내려왔지만 날이 맑다면 그곳에서 한참동안 바다만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 섭지코지에 올라 옛날 적이 침입하거나 위급한 일이 있을 때 사용한 통신 수단인 연대를 보는 것도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다. 산정상에는 봉수가, 구릉이나 해변에는 연대가 설치되어 같은 역할을 했다는데, 문화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에는 24기의 봉수와 38기의 연대가 있었다고 하며,  각 연대에는 별장 6명과 망지기 12명이 배치되어 교대로 지켰다고 한다. 섭지코지 정상에 남아있는 것은 「협자연대」로 높이 4m 가로 9m 세로 9m의 규모이다.

섭지코지를 돌아보고 제주시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이들 고모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그 댁에서 하룻밤을 신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