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여름여행  / 제주도,다산초당,대한다원... (4/7)

장면3. 여행둘째날 / 테디베어, 미로공원, 비자림

까마귀 소리에 잠을 깼다. 가랑비가 내리는 절물 소나무 숲에서 통통하게 살찐 까마귀가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한,두마리, 그리고 가끔은 열몇 마리씩 떼를 지어 까마귀가 날고 있었다. 한때 흉조로 멸시 받았지만, 지금 까마귀를 볼 수 있는곳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상징이다. 그런 때문인지 까마귀 소리가 정겨웠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중문으로 가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 실내 전시장인 테디베어를 가장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휴양림을 나가면서 절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날 밤 늦게 도착하여 가로등 불빛아래서 어슴푸레 보았던 삼나무 숲의 모습도, 주차장에서부터 휴양림까지 보았던 모습을 비로서 보게 된 것이다.

연이 심어진 못하나도 있었다. 황금연못이란다. 꽃이 활짝핀 연 몇송이에 연못은 화려한 모습을 보인다. 휴양림 숙소가 있는 쪽에서 주차장까지 길은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다. 길 한쪽으로 맨발로 걷는 지압길이 만들어져 있다. 둥근 돌로 만들어 놓은 길이지만 그 길을 걷다보면 발바닥이 얼얼했다.

절물에서 빠져나와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중문의 테디베어. 곰 모양의 봉제 완구 Teddy Bear는 100% 수작업으로 인형을 만들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Teddy'란 미국의 26대 대통령 루즈벨트의 애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냥에서 곰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루즈벨트에게 보좌관들이 새끼 곰을 산 채로 잡아다 사냥한 것처럼 총을 쏘라고 하자 이를 거절한  일화가 미국 전역에 퍼졌고,  사람들이 이를 소재로 테디 베어를 만들게 되었단다.

전시장에서 다솜이는 곰인형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중에서도 패션쇼하는 모습을 꾸며놓은 곳에서는 한참동안 넋을 놓고 인형들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제주의 테디베어 박물관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곰인형인 루이비통 테디베어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인형은 경매에서 2억4천만원 정도의 경매가를 기록했단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4.5mm 크기의 테디베어도 전시되어 있었다.

테디베어 박물관을 나와 점심 식사를 위해 서귀포로 갔다. 먹거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우리가족인데 이번엔 아내가 먹거리 자료를 열심히 찾아 몇곳을 정해 두었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이 아니고 제주 사는 분들에게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택시기사에게 세 번을 물어 찾아간 곳에서 갈치국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식사후 남원의 해안도로를 지나다 잠시 멈췄다. 폭풍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은 바다의 파도는 아직 거칠었다. 바닷가에 내려가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바다 생물이 보였다. 그 바닷가에서 현석이와 다솜이는 체험학습을 했다. "제주에서 만난 자연의 친구들"이라고 체험학습 보고서의 제목도 미리 붙여 두었다. 고둥과 게들도 관찰하고, 바퀴벌레처럼 생긴 갯강구도 살펴 보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김녕의 미로공원으로 이었다. 제주대 교수를 지낸 미국인 프레드릭 에치 더스틴(Fredric H, Dustin)씨가 세계적인 미로 디자이너 에드린 피셔(Adrian Flsher Minotaur Maze Designs)의 설계로 10년 넘게 조성한 관엽 상징 미로공원 이란다.

그곳은 제주의 역사와 지리를 말해주는 7가지 상징물로 디자인되어 있었는데,  전체적인 모양은 제주도의 형태였고 제주도 초기의 애니머즘인 뱀,  제주 조랑말, 하멜의 난파선, 제주 고인돌 등이 그 안에 상징되어 있다고 했다.

입장할 때 미로 지도를 주며 길을 찾지 못하면 지도를 보고 길을 찾으라고 했는데, 우리가족은 엄마와 현석이가 한팀이 되고, 아빠와 다솜이가 한팀이 되어 어느팀이 먼저 미로를 탈출하는지 시합을 했다. 미로에 들어서니 울창한 숲속에 갇힌 모양이 되었다.

미로를 이룬 나무는 높이가 4m정도였고, 나무 옆쪽도 길이어서 사람들 소리는 간혹 들렸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은 볼 수 없었다. 미로공원에서의 시합은 간발의 차로 아빠, 다솜이 팀의 승리 였다. 현석이와 다솜이는 미로공원이 재미있다며 둘이 다시한번 시합을 했다.

미로공원에서 나와 비자림으로 갔다.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되어 있는 비자림은 수령이 300-600년이나 된 고목들을 포함해 비자나무가 약 2,57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천연 자생수림군락지로 한수종의 단순림으로는로는 세계 최대(약 45ha)란다.

주목과에 속하는 비자나무는 4월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데, 자라는 속도가 더디어 일년에 겨우 1.5센티미터 가량 자라서 나이테가 없단다.  15년에서 20년이 되어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데 열매는 구충제등 약용 및 식용약용으로  쓰이고, 또한 재질이 좋아서 고급가구나 바둑판의 재료로 이용된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좀 늦어서 숲 전체의 산책은 어렵다고 해서 비자림 입구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숙소인 절물로 돌아가 제주 여행 첫째날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