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겨울여행, 태백산...(3/3)

4. 태백산행2...

매표소를 통과하여 등산로로 접어들자 커다란 나무들이 우리를 반긴다. 맑은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들이 함께 태백을 오른다는 설렘 때문일까? 커다란 나무들뿐 아니라 시든 풀들의 한가한 움직임 마저도 마치 우리를 반기는 것 같다. 참 좋은 날이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석이는 눈을 뭉쳐 다솜이에게 던지곤 했다. "현석아 너무 힘 빼지 마. 이제 시작인데... "싸인 눈이 마냥 즐거운 아이들에게 산을 다녀오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며 10여분 걷다보니 태백사 입구다. "언제까지 올라가야돼?" 다솜이가 물었다. "다솜아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한거야. 세시간 정도는 올라가야 된단다"

처음부터 숨 가빠했던 다솜이지만 유일사 쉼터까지 한시간 가량의 길을 잘 따라 왔다. 물론 얼마만큼이나 온것인지 몇번을 묻긴 했지만... 유일사 쉼터는 해발 1,300m 지점이다. 그곳에서 장군봉까지는 좁고, 가파른 길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장군봉으로 향했다. 쉼터에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사람들이 많아져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가야만 했다. 유일사 옛길을 올라온 사람들과, 화방재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합류하여 많아진 것이었다.

현석이 다솜이는 대부분 등산객인 어른들보다 진행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좁은 길이어서 둘이 지나가기 어려운 길들에서 우리는 가끔씩 길을 양보하며 다른 등산객들을 먼저 보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우리가족의 등행은 더 지체 되기도 했다.

쉼터를 출발하고 한시간 반을 진행하니 주목 군락이다. 주목자체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주목에 핀 눈꽃의 경관의 더 멋진 아름다움이다. 커다란 주목나무를 보고 가기 위해 잠시 등산로에서 벗어나니 싸인 눈에 무릎까지 빠진다. 그런 눈밭에 선명하게 찍힌 동물 발자국이 보였다. 현석이에게 그 발자국이 토끼 발자국임을 알려주니 무척 신기해 했다.

12시 30분 장군봉에 도착했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만이다. 장군봉은 쉬기에 적당한 곳이 없어 천제단으로 향했다. 장군봉에서 천제단까지는 5분이면 충분하다. 천제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기원하고 있었다. 우리는 천제단 옆쪽에 바람이 덜 부는 곳을 찾아 앉아 쉬었다. 천제단을 두른 바윗돌에 핀 눈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물을 마시고 초코바 하나씩으로 간식을 했다.

잠시 쉬고 나니 아름다운 산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천제단 바로 앞쪽의 주목들은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 정도의 많은 눈을 덮어쓰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첩첩산중 온통 하얀색이다.

우리는 기념사진 몇장을 찍고 하산 하기로 하였다. 멋진 설경을 배경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날이 너무 추워 우리가족의 사진 촬영을 부탁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다행히 우리 부탁에 카메라를 잡은 분은 배경을 바꿔가며 두장의 사진을 촬영해 주어 고마울 따름이었다.

오후 1시 하산을 시작했다. 천제단에서 단종비각을 거쳐 만경사 앞쪽길을 지났다. 만경사를 지나면서 오궁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모습이 가끔씩 보이기 시작했다. 당골쪽에서 빌려주는 제대로 된 오궁썰매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고, 비료포대를 이용해 엉덩이 썰매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는 그런 준비를 해가지 못했던 터라 조금 두꺼운 비닐 쇼핑백을 이용해 아이들은 엉덩이 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반재까지의 길에는 사람들이 많아 엉덩이 썰매타기가 쉽지 않았지만 가끔 길고 완만한 길이 나타날 때마다 현석이와 다솜이는 신나게 엉덩이 썰매를 탈수 있었다.

반재에 도착하니 차 파는 곳이 있었다. 아이들은 코코아를 나와 아내는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반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골쪽으로 하산코스를 잡고 있었다. 우리가족은 백단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백단사쪽으로 하산하면서 아이들은 정말 즐거워했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길이어서 맘껏 엉덩이 썰매를 탈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재까지의 길에서 엉덩이 썰매를 탈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나와 아내도 가끔 엉덩이 썰매를 탔다. 직접 썰매를 타기 전에는 가파른 산길이어서 위험할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타보니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아주 가파른 길만 아니라면 손과 팔꿈치를 이용해 거의 완벽한 속도 조절이 가능하였으며 눈이 많이 싸인 길이어서 엉덩이가 아프지도 않았다.

그렇게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오니 금새 백단사 입구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내려오는 길은 썰매 타는 재미에 그 길이 짧기만 했다. 현석이와 다솜이도 내려가는 길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후 3시. 산행은 끝이 났다.
아이들과 함께 한 겨울 산행에서 백단사 입구로 나와 택시를 이용해 유일사 주차장까지 간 뒤 그곳에서 우리 승용차로 갈아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에필로그>

1. 백두대간에서...

백두대간을 꿈꿨던 적이 있다.
보통 100여일 정도의 일정으로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걷는 그 일정을 꿈꿨던 적이 있다. 그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오대산이나 설악산 등 가끔 백두대간의 길목을 지날때마다 살아 꿈틀거리는 그 꿈의 흔적을 확인하곤 한다.

유일사 쉼터에서 장군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백두대간 코스의 일부다.
그 능선에서 우리가족은 아름다운 눈꽃을 보았다.  겨울산행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눈꽃은 현석이와 다솜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2. 한해를 정리하며...

이번 여행을 한해를 정리하는 여행으로 삼아서인지 지난 한해를 보낸 이야기가 주된 화제가 되었다.
하늘목에서 맥주를 마시면서도, 태백산을 오르면서도 지난 한해의 이야기를 했었다.

언제나 그렇듯 빠른 세월,
아쉬움도 많았던 세월이지만 가족이 함께 했던 여행의 나날들이 있어 행복했다.